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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미션] 우테코 한 달 생활기

Amaranth2023년 03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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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아마란스에게 우테코는 샌드박스 같은 거네요?”

지난번 데일리 코치와의 면담에서 들었던 말이다.

나는 거기에서 ‘샌드박스’라는 용어를 처음 알게 되었다. 통상적인 의미의 샌드박스는 어린 아이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모래놀이를 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모래놀이 상자를 뜻한다. 여기에서 유래하여 실제 운영 서버에 영향을 주지 않고 자유롭게 프로그램 기능을 테스트할 수 있는 테스트 서버를 샌드박스 서버라고 한다.

나는 코치님으로부터 이 얘기를 듣고 나에게 우테코가 가지는 의미를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 이것이겠구나 생각했다.

나는 우테코의 환경이 이 샌드박스의 의미와 매우 유사하다고 생각한다.

우테코는 나에게 있어 크게 세 가지의 의미가 있다.

  1. 학습 능력 향상
  2. 목적 성찰의 기회
  3. 사회 경험의 장

지금부터 이 세 의미에 대해 자세히 풀어보려 한다.

첫 번째로, 우테코는 자율적인 학습 환경에서 나만의 학습법을 개발할 수 있는 놀이터이다.

우테코의 교육 환경은 내가 본 것 중에 가장 자유롭다.

일과 중 강의 시간을 제외한 대부분의 시간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고, 독서실같이 조용한 분위기의 강의장부터 카페테리아처럼 개방된 분위기의 라운지까지 다양한 학습 공간을 제공해주기 때문에, 매번 내가 원하는 장소에서 일과를 보낼 수 있다.

매일 같은 공간에서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야만 했던 학창 시절과는 대조적이다.

지난 한 달 동안 그날 컨디션에 따라 공부할 장소를 옮겨 다녀보기도 하고,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시간을 분배하고, 어떤 때는 11시까지 남아 공부해 보기도 하고 일찍 퇴근해서 집에서 공부해 보기도 하는 등 나에게 맞는 학습법을 찾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해보았다.

하지만 이렇게 날마다 공부에만 매달리다 보면 스스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를 맞닥뜨리거나 슬럼프가 오는 등 여러 한계에 부딪히기 마련이다. 이럴 때 같은 처지에 놓여있는 다른 크루들과 코치님들에게 조언을 구함으로써 한 가지 문제에 오래 매몰되지 않고 빠르게 해결책을 얻을 수 있었다.

많은 곳에서 자기주도 학습을 강조하지만, 그럴만한 환경을 갖추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집단 내에서 규정된 규칙에 얽매이거나, 시간적인 여유가 없거나, 어떨 때는 금전적인 이유로. 우테코의 교육생들은 이런 문제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최적의 산출물을 만들기 위해 테스트 서버에서 UI 배치를 조정하고 구현 알고리즘을 바꿔가며 다양한 시도를 해보는 것처럼, 나는 우테코 과정을 통해 나에게 맞는 시간 관리법을 찾고자 한다.

두 번째, 우테코는 메타 인지를 통한 자아 성찰의 기회이다.

나는 사실 ‘나이가 차면 적당한 직장을 구해서 개발 일하면서 살아야지.’ 정도의 목적의식만 있었지, 어떤 개발자가 되어 어떤 인생을 살고 싶은지에 대한 건 생각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우테코에는 비전공자와 전공자, 초보자와 실력자가 한 데 섞여 있다보니 지난 한 달간 다양한 삶을 살아온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뚜렷한 인생 설계를 두고 목표를 위해 정진하는 사람들, 더 성장하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는 사람들...

살아오면서 이렇게 많은 사람을 만나 같은 전공 분야에 대한 이야기를, 그것도 일상적으로 나눌 수 있는 곳이 얼마나 될까?

나보다 많은 정보를 알고 있는 크루를 보면 그 자체로 동기부여가 되기도 한다.

열심히 노력하는 크루들과 있으면 나도 모르게 욕심이 나고 의욕이 생긴다.

‘와, 저런 생각을 하면서 사는 사람도 있구나.’

‘나는 지금 잘 하고 있는 걸까?’

‘나는 무슨 개발자가 되고 싶은 걸까.’

다른 크루들을 만날수록 역설적으로 나 자신을 조금 더 이해할 수 있었다.

말은 이렇게 했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 역시 아직 목표를 정하지는 못했다. 아직 나는 여러모로 부족한 어른일지 모르지만, 이곳에서의 교류가 나만의 목표와 가치관을 정립하는 과정의 첫걸음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마지막 세 번째로, 우테코는 사회적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장이다.

난 내향적인 편인데다 사람들과 좋지 않은 일이 많았던 탓에 남들과 어울리는 것에 약간의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었다. 우테코를 들어오기 전까지만 해도 100여 명의 사람들과 같은 공간에 있어야 한다는 사실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런 걱정이 무색하게 지금의 나는 꽤 잘 지내고 있는 것 같다.

같은 관심사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모여서일까. 우테코에서는 처음 보는 사람과 인사를 나누고, 함께 밥을 먹고, 코드에 대해 토론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광경이다. 나도 그런 광경의 일부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내게 자신감을 주었는지 모른다.

나에게 호의적이었던 크루들 덕분에, 나는 내가 개인적으로 갖고 있던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실마리를 얻었다. 나에 대한 자신감을 되찾고, 극심한 불안감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아는 사람은 알고 있겠지만, 나는 우테코에서 발표 스터디를 만들어서 진행하고 있다. 지금까지 새로운 시도를 하고 싶어도 항상 과거의 기억이 발목을 잡았다. 내가 직접 사람들을 모아 스터디를 만드는 것부터가 나에겐 큰 도전이었다.

물론, 그 짧은 시간만에 수년간 시달려온 트라우마를 완전히 극복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나아지고 있다는 사실 그 자체가 나에게 큰 힘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나에게 있어 우테코는 단순 교육 프로그램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마치며

내 공부나 취업을 다 떠나서, 내 인생에 몇 없을 귀중한 기회를 얻게 되어 정말 영광이라고 생각한다. 불안정하고 검증되지 않은 기능이 테스트 서버를 거쳐 실제 운영 서버에 배포되는 것처럼, 나 또한 우테코에서의 경험을 거름 삼아 어엿한 사회인으로 거듭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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